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1&title_down_code=004&article_num=8025종언 이후의 문학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학비평모임’ 종언 이후 문학에 대해 말하다
2007-06-29 오후 5:04:09
[이메일보내기 위지혜 기자]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갈무리,2007)
▲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갈무리,2007)
사 회적 문제를 상상력으로 떠맡았던 문학이 이제 그 역할을 방기하면서 영향력을 잃게 되었다고 말하는 일본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론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그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진의 이러한 ‘종언’론은 최근 문학들이 자기 안에 갇혀서 사회 전체의 현안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본래의 ‘문학’에서 멀어졌을 뿐 아니라 때문에 더 이상 문학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종언 이후의 문학은 불가능한가?
연 구공동체 ‘다중네트워크센터’에서 활동하는 평론가 아홉 명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묶은 평론집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갈무리)의 좌담 ‘근대문학의 종언과 종언 이후의 문학’에서 이처럼 고진이 선언한 ‘근대문학의 종언’에 대해 “과연 그러한가?”라는 비판적 질문을 던지며 1987년 이후 20년 동안 진행된 한국문학의 변화와 새롭게 등장하는 특질을 탐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조정환 평론가는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과 관련해 비판적 논지를 제시했다. 조 평론가는 “고진의 근대문학 종언은 한국의 문학현실에 비춰보면 30년 정도 늦게 행해진 선언”이라면서 “한국문학의 경우 1987년을 거쳐 199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가 이미 종언의 현상들 혹은 징후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던 시대였다”고 말했다.
또 고진이 종언의 원인으로 삼고 있는 ‘국민국가 확립’과 관련해 “국민국가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통해서 자기해방을 달성하려고 해 온 민중이 쇠퇴하고 있고 해체 혹은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민중의 소멸이 근대문학의 근거 자체를 허물고 있는 밑바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종언 이후의 문학,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들은 2000년대 문학의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는 ‘새로운 상상력’에서부터 미래파 논쟁으로 제시된 새로운 서정, 새로운 감각들에 주목하며 새로운 문학의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 필현 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상상력이 문학에 접근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상력에 대한 강한 의미부여 만큼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같은 수준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상상력에 대한 주된 비판이 상상을 단순히 현실을 비껴난 것, 그래서 ‘상상은 헛된 것이다’로 보고 있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 는 “상상력의 문제에 접근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상상이라는 것이 현실을 차단시키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하고 또 현실을 환시킨다는 점 그리고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쉽게 지각될 수 없었던 것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이제 상상력 자체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상력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미정 평론가 역시 “반영이나 재현과 같은 미학적 심급들이 주류가 되었던 한국의 사실주의 전통 속에서 상상력은 하위적 범주, 방계적 계보 속에서 다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금 보이는 다양한 상상력의 모습들은 그러한 미학적 반영 혹은 나아가 근대적 재현의 심급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어떤 것을 입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소연 평론가는 “미래파로 명명되는 최근 시적 경향이 기존의 서정이 지녔던 권위를 해체하려는 노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고, 새로운 주체를 구성하려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과연 어떤 새로움인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한 것 아닌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실제로 이렇게 드러나는 현상(재현의 리얼리티를 거부하고 새로운 주체를 구성해내고 있는)들이 해체 그 자체 혹은 개인적인 감각으로만 함몰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러한 시도들조차 고착되고 관성화되어서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건 아닌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백소연 평론가의 새로운 서정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에 대해 조정환 평론가는 좀 다른 입장을 밝혔는데, 그는 “새로운 시도들이 비슷한 형식으로 반복되는 데 있어 횟수를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반복이 타성적 반복인가 새로운 것을 낳는 반복인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또 “기존 서정주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그 자체는 문학의 진화에 분명한 징표로 인정할 만 하다”고 주장했다.
또 조 평론가는 “기존의 서정주체가 갖는 단성성이 아주 강한 카타르시스 효과와 감정이입을 통해서 독자들을 공적세계로 끌고 가는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서정은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어떤 형태의 집중도 없이, 정서적 집권화 없이 있는 그대로 해방시켜놓음으로써 다성적 서정화자, 복수의 서정주체가 비로소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서정에 더불어 재치와 유머, 익살, 잡스럽고 소란스러움으로 얘기되는 2000년대 문학의 정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조영실 평론가는 “1980년대의 ‘비장’, 1990년대의 ‘비애’가 견고한 저항담론과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한 일차적인 정서적 반응이었다면, 최근 소설들에서 두드러지는 유머와 해학, 익살은 전복적 상상력, 서정적 자아의 해체 등과 함께 새로운 문학적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러한 “‘비애’라는 수동적 정념에 정면 대응하는 문학적 인식 유머와 익살로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중요한 것은 ‘비애’의 또 다른 얼굴, ‘냉소’를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편 좌담에서는 이러한 종언 이후 문학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이 같이 변화된 문학 상황 속에서 ‘문학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로, 그리고 종언을 넘어서는 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우또노미아총서’ 13권으로 나온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에는 좌담 외에도 좌담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근 20년 동안에 이뤄져온 우리문학의 변화와 2000년대 문학의 탈주를 주목한 조정환, 정남영, 서창현, 이종호, 백소연, 박필현, 조영실, 김지정 평론가의 글이 실렸다.